아노라
- Manager

- 3월 27일
- 1분 분량
처음엔 가볍게 웃을 준비를 하고 들어갔다.
영화가 던지는 표정도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노라는 웃음을 목적으로 쓰지 않았다. 웃음은 미끼에 가깝고, 본론은 훨씬 현실적이었다.
이 작품은 로맨스처럼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관계가 돈 앞에서 어떤 모양으로 찌그러지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누군가의 감정이 진심인지 아닌지보다, 그 진심이 허용되는 자리가 어디까지인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들이 온다. 그때부터 영화의 온도가 달라졌다.
이 영화가 재밌는 방식
사건이 커진다기보다, 말이 커진다.
대사가 빨라지고, 숨 쉴 틈이 줄어들고, 웃음이 점점 딱딱해진다.
로맨스의 설렘을 보여 주다가도 곧바로 현실의 계산을 들이민다.
그래서 관객도 감정에 기대려다가, 자꾸 현실로 끌려 나온다. 가장 강한 장면은 화려한 연출보다 사람이 갑자기 작아지는 순간에 있었다.
아노라라는 인물이 남기는 감정
아노라는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도 아니고, 완벽한 피해자도 아니다.
그게 이 영화의 리얼함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웃는 사람,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밀어붙이는 사람, 사랑을 믿고 싶은 사람…
그래서 보는 내내 감정이 단순하지 않았다.
응원하다가도 불편하고, 불편하다가도 이해하게 된다. 이 인물은 호감으로만 소비되지 않아서 더 오래 남았다.
보면서 이렇게 보면 더 좋았다 (관람 팁)
누가 맞냐를 빨리 정하려고 하면 재미가 줄었다.
이 영화는 판단을 유예할수록 더 많이 보인다. 감정의 진짜/가짜를 따지기보다, 힘의 방향을 보는 게 더 정확했다.
누가 주도권을 잡는지, 누가 말을 잃는지, 누가 표정이 굳는지. 웃긴 장면에서 마음껏 웃어도 되는데, 웃고 나서 남는 찝찝함도 같이 챙기는 편이 좋았다.
한 줄 총평 + 추천 여부
아노라는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 사랑만으로는 부족한 세계를 보여줬다.
추천은 하고 싶지만 가볍게 기분 좋아지는 로맨스를 기대하면 별로일 수도 있고 대신 현실감 있는 관계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꽤 세게 남을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