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단절
- Manager

- 3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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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단절은 설정을 딱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드라마다.
근데 이상하게, 그 한 줄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회사 안의 나와 회사 밖의 나를 갈라 놓는다는 발상. 처음엔 좀 SF 같고, 조금 과장된 풍자처럼 들린다. 그런데 몇 화만 지나면 그게 갑자기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출근하면 내가 직장인 모드가 되고, 퇴근하면 개인 모드가 되는 그 익숙한 감각을… 이 드라마는 너무 극단적으로 너무 정교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재밌는 건, 세브란스가 처음부터 세게 몰아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보기엔 굉장히 건조하다. 사무실은 깨끗하고 조용하고,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규칙은 친절하게 안내 된다. 근데 그 친절함이 계속 이상하다. 친절한데 숨이 막히고, 조용한데 머리가 시끄럽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 기분을 잘 만든다. 무섭게 소리 지르지 않는데, 보는 사람이 스스로 불안해지는 타입이다.
가장 무서운 건 악당이 아니라 규칙이었다
보통 스릴러는 악당이 있거나, 큰 사건이 터지거나, 적어도 누가 나쁜 짓을 한다.
근데 세브란스는 그보다 더 불편한 걸 한다. 규칙이 정상처럼 보이는 순간이 제일 무섭다.
회사라는 공간이 원래 그렇잖아. 규칙이 많고, 절차가 있고, 평가가 있고, 웃음이 어딘가 딱 정해져 있는 느낌. 이 드라마는 그걸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묘하게 웃기다가도, 바로 다음엔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게 진짜 사람을 위한 시스템이 맞나? 싶어지면서.
일과 나의 경계가 무너질 때, 드라마가 진짜 시작됐다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되는 이유는 결국 질문 때문이다.
회사 안의 나는 나인가? 회사 밖의 나는 나를 책임져야 하나?
이 질문이 단순한 철학 놀이로 끝나지 않고,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으로 계속 찍힌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설정이 아니라 감정으로 들어온다. 그때부터는 몰입이 확 붙는다.
세브란스: 단절은 SF 드라마처럼 시작했는데, 결국은 현대인이 매일 겪는 분리 감각을 가장 무섭게 번역한 드라마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