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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즌
옥시즌은 시작부터 숨이 막히는 영화였다. 주인공이 깨어난 곳은 도망칠 문이 없는 캡슐 같은 공간이고 그 안에서 시간은 곧 산소였다. 밖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답답한데, 남은 산소 수치가 숫자로 눈앞에 찍히는 순간부터 공포가 현실이 된다. 이 작품은 큰 사건으로 놀라게 하기보다, 조건 자체가 관객의 호흡을 조절한다. 나도 모르게 숨을 얕게 쉬게 되고, 장면이 조용할수록 더 불안해졌다. 상대는 괴물이 아니라 시스템이었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적이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주인공이 대화하는 대상은 차가운 시스템이고, 그 시스템은 도움을 주는 듯하면서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질문을 해도 바로 답이 오지 않고, 답이 와도 어딘가 불친절하다. 그래서 긴장감이 더 커진다. 내가 믿어야 할 건 기계의 안내인지, 내 기억인지, 아니면 지금 떠오르는 가설인지 계속 흔들린다. 이 작품은 그 의심의 반복을 통해 속도를 만든다. 퍼즐을 맞
Manager
39분 전


아멜리에
아멜리에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사건의 순서가 아니었다. 영화가 만들어내는 기분이었다. 화면은 현실인데도 동화처럼 느껴지고, 일상적인 공간이 갑자기 작은 무대처럼 바뀐다. 이 작품은 대단한 일로 사람을 감동 시키기보다, 사소한 순간을 반짝이게 만든다. 그래서 보고 나면 큰 울림이라기보다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지는 여운이 남는다. 아멜리에는 착한 주인공이 아니라, 조금 엉뚱한 관찰자였다 주인공은 누군가를 구원하려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영웅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작은 장난 같은 친절을 던지고, 그 반응을 멀리서 지켜보는 타입이었다. 그 엉뚱함이 부담스럽기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친절이 너무 진지하면 오히려 무거워지는데, 이 영화 속 친절은 가볍고 장난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 효과는 크다. 누군가의 하루가 살짝 바뀌고, 표정이 바뀌고, 그 작은 변화가 또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결국 이 영화는 남이 아니라 나를
Manager
2일 전


만달로리안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세계관을 빌려오긴 하지만, 처음부터 거대한 전쟁과 영웅담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명의 현상금 사냥꾼이 여기저기 일을 맡고 이동하고, 살아남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연다. 그래서 분위기가 서부극에 가깝게 느껴졌다. 말이 많지 않은 주인공, 건조한 거래, 낯선 행성의 술집 같은 공간들 이런 요소들이 쌓이면서 이거 스타워즈 맞아? 라는 느낌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이래서 스타워즈지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액션보다 거리감이 감정을 만들었다 이 드라마의 재미는 화려한 전투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물들 사이의 거리감이 감정을 만들었다. 주인공은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감정 표현도 절제돼 있다. 그런데 그 절제가 오히려 관계의 변화를 더 크게 보이게 한다. 특히 함께 다니는 존재가 생기면서, 이야기의 온도가 달라진다. 일로 움직이던 사람이 지켜야 할 이유를 갖게 되는 순간들. 그 변화가 과장 없이 진행돼서 더 설득력 있게 느껴
Manager
6일 전


결혼 이야기
결혼 이야기를 보기 전엔 이혼이라는 결과가 중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사랑이 갑자기 꺼지는 게 아니라 대화가 조금씩 어긋나고 그 어긋남이 쌓여서 어느 순간에는 서로의 말이 칼이 되는 순간들 이 영화는 그 변화를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익숙해서 더 아프다. 누가 나쁘다기보다, 둘 다 지치고 있었다 이 작품이 진짜였던 건 편을 들지 않는 태도였다. 한 사람만 잘못한 이야기로 만들면 마음은 편해진다. 그런데 결혼 이야기는 그 편안함을 주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던 흔적이 분명히 있고, 동시에 서로를 힘들게 만든 흔적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보는 내내 감정이 복잡해진다. 이해하다가도 답답하고ㅜ응원하다가도 화가 나고 그러다 또 마음이 풀린다. 그게 현실의 관계와 닮아 있었다. 대사가 남기고 간 건 후회와 정리되지 않는 마음이었다 결혼 이야기는 특히 말의 힘이 강한 영화였다.
Manager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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