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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로드
총보다 무서운 건, 얼음 밑의 소리 아이스 로드는 설정이 단순해서 오히려 좋았던 영화였다. 얼어붙은 길 위를 트럭으로 달려야 한다. 근데 그 길이 그냥 눈길이 아니라, 얼음이다. 말 그대로 깨지면 끝인 길이다. 이 영화는 그 한 문장만으로 긴장감을 거의 끝까지 끌고 간다. 재난 액션이라고 하면 보통 폭발이나 추격전을 떠올리는데, 아이스 로드는 그보다 버티는 공포가 먼저였다. 트럭이 움직일 때마다 “지금 괜찮나?”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속도를 올리면 불안하고, 속도를 줄여도 불안하다. 멈추면 더 불안하다. 이런 종류의 공포는 의외로 익숙하다.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랑 비슷하니까. “사고 나면 끝인데, 그래도 가야 한다”는 상황 말이다. 이 영화의 맛은 액션보다 운전에 있었다 제일 인상적인 건 트럭이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엔진 소리, 브레이크 타이밍, 바퀴가 미끄러지는 느낌 같은 것들이 계속 긴장감을 만든다. “얼음이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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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28년 후: 뼈의 사원
솔직히 이 영화 보기 전에 마음속 기대치가 있었다. 그런데 28년 후: 뼈의 사원은 그 기대를 정면으로 맞추기보다는, 살짝 비틀어서 다른 방향으로 가져갔다. 속편이긴 한데, 똑같은 공포를 반복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시간이 이렇게 길어졌다면, 공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설득하는 영화였다. 전작을 봤던 사람이라면 그 특유의 공기, 불안이 몸에 붙는 느낌을 기억할 거다. 이번 편도 그 결을 유지하긴 한다. 다만 속도가 아니라 무게로 간다. 그냥 뛰고 쫓기는 공포가 아니라, 살아남은 뒤에 남는 것들이 더 무섭게 보인다. ‘ 속편이 주는 재미 전작을 안 봐도 따라가긴 어렵지 않다. 근데 전작을 봤다면, 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경계하지? 같은 것들이 더 자연스럽게 납득된다. 속편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 세계관을 이미 한 번 겪은 사람에겐, 설명 대신 압축된 공기가 더 잘 들어온다. 감상평: 보고 나서 남는 건 장면보다 기분이었다 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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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버드맨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시끄러울 줄은 몰랐다 버드맨을 보고 나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아직 숨이 가쁘다. 화면이 빠르거나 사건이 폭발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머릿속이 계속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관객에게 그대로 옮겨오기 때문이다. 영화는 유명했던 배우가 다시 무대에 매달리는 과정을 따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성공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스스로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영광은 자꾸 말을 걸고 현재의 현실은 계속 발목을 잡고 주변의 평가는 칼처럼 날아든다. 그런데 웃긴 건, 그 모든 게 결국 나를 봐 달라는 한 문장으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버드맨은 그 문장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는다. 우습게 보이게 만들고, 동시에 처절하게 보이게 만든다. 끊기지 않는 호흡이 불안을 체감으로 만든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리듬이다. 장면이 끊기는 느낌이 거의 없어서, 관객은 인물과 함께 복도에서 무대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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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마지막 거인
이 작품은 거창한 사건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게 시작했다.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마지막 거인은 누가 누구를 이기고, 누가 누구를 벌주고, 그런 방식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대신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진 가장 현실적인 얼굴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이 좋았던 지점: 말보다 ‘침묵’이 더 많았다 관계 드라마는 대사로 몰아붙이면 감정이 너무 쉽게 정리돼버린다. 근데 마지막 거인은 반대였다. 누가 옳다, 누가 틀리다를 쉽게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면이 더 아팠다. 사람이 할 말이 없어서 침묵하는 게 아니라, 말이 너무 많아서 침묵하는 순간들이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순간을 자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침묵 때문에 관객도 자꾸 자기 경험을 끼워 넣게 된다. 나도 저런 대화 못 했던 적 있는데…같은 식으로. 감상 포인트: ‘용서’보다 ‘현실적인 선택’ 이야기의 방향이 감상적으로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관계를 다루면 자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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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정점
좋아하는 배우의 신작이라 영화를 틀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 보다는 아, 또 숲에서 뛰는 생존 스릴러겠지.. 라고 생각했다. 근데 정점은 보면 볼수록 단순히 도망치고 추격하는 영화는 아니었다. 이 영화는 설명을 길게 하지 않는다. 대신 빠르게 상황을 던지고, 그 안에서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보는 사람도 같이 계산하게 된다. 저기서 멈추면 끝이겠는데? 저 선택이 유일한 길이겠는데? 이런 생각이 자동으로 든다. 그리고 한 번 계산이 시작되면, 영화는 관객의 심장을 꽤 성실하게 두드린다. 내가 느낀 이 영화의 재미 자연 풍경은 예쁘지만 자연이 주는 평온은 없다. 숨을 곳이 많아 보이는데, 동시에 어디든 보일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달리는 장면보다, 멈춰서 듣는 장면이 더 긴장되는 순간이 많기도 했다. 누가 더 센지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고 더 차갑게 생각하냐가 더 크게 느껴졌다. 최종 느낌 정점은 생존 스릴러라는 장르를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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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


세브란스: 단절
세브란스: 단절은 설정을 딱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드라마다. 근데 이상하게, 그 한 줄이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회사 안의 나와 회사 밖의 나를 갈라 놓는다는 발상. 처음엔 좀 SF 같고, 조금 과장된 풍자처럼 들린다. 그런데 몇 화만 지나면 그게 갑자기 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출근하면 내가 직장인 모드가 되고, 퇴근하면 개인 모드가 되는 그 익숙한 감각을… 이 드라마는 너무 극단적으로 너무 정교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재밌는 건, 세브란스가 처음부터 세게 몰아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겉보기엔 굉장히 건조하다. 사무실은 깨끗하고 조용하고,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규칙은 친절하게 안내 된다. 근데 그 친절함이 계속 이상하다. 친절한데 숨이 막히고, 조용한데 머리가 시끄럽다. 이 드라마는 바로 그 기분을 잘 만든다. 무섭게 소리 지르지 않는데, 보는 사람이 스스로 불안해지는 타입이다. 가장 무서운 건 악당이 아니라 규칙이었다 보통 스릴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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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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