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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
731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 재밌다/재미없다로 정리하기도 어렵다. 이 작품이 겨냥하는 건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끝까지 보게 하는 기억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보는 동안은 마음이 자주 굳어지고, 보고 난 뒤에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 타입의 영화였다. 전쟁 영화보다 증언에 가까웠다 731은 전쟁의 스케일이나 전투의 박진감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가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떤 일이 가능해지는지를 묻는 쪽에 가까웠다. 그래서 영화는 화려하지 않다. 그 대신 묵직하다. 이 작품이 남기는 감정은 공포나 분노만이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생기는 무력감도 같이 따라온다. 한 장면이 강한 게 아니라, 전체가 천천히 누르는 방식이라 더 피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가장 무서운 건 괴물이 아니라 평범함이었다 이 영화에서 제일 서늘한 지점은, 악을 특별한 괴물로 그리지 않는 순간들이었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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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
이 작품은 제목처럼 처음엔 정말 눈부시게 시작한다. 두 사람이 만나고, 함께 걷고, 서로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면서 영화는 청춘 로맨스의 리듬을 탄다. 장면들은 예쁘고, 대화는 가끔 웃기고, 이 사람 덕분에 내가 살아난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가 살짝 다른 표정이 된다. 밝은 장면이 여전히 있는데도, 그 밝음 아래에 있는 불안의 결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그냥 달달한 로맨스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지 보여주는 영화로 넘어간다. 영화가 좋았던 이유 사랑 이야기만 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도, 그 마음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까워질수록 서로의 상처가 더 분명하게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 과정을 과장하지 않고, 조금은 현실처럼 보여준다. 그래서 예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예쁘면서도 마음이 자꾸 조용해진다. 예쁜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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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라 비 앙 로즈
라 비 앙 로즈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건 전기영화라기보다 체험에 가깝다”였다. 누군가의 성공을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박수 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한 사람이 어떤 순간에는 빛나고, 어떤 순간에는 부서지는 모습을 번갈아 마주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그래서 감동이 있어도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아름답다기보다, 진해서 오래 남았다. 이 작품은 무대 위의 사람만 보여주지 않는다. 무대는 분명 화려한데, 영화는 그 화려함을 축하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그 화려함이 가능했던 이유, 그 화려함이 남긴 대가를 같이 놓는다. 관객은 한 인물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려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불안해진다. 응원하려다가도, 마음이 자꾸 조용해진다. 그 감정의 왕복이 이 영화의 리듬이었다. 노래는 재능이 아니라 생존처럼 들렸다 특히 좋았던 건, 노래가 재능의 증명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노래는 어떤 때는 숨이고, 어떤 때는 고백이고,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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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아이스 로드
총보다 무서운 건, 얼음 밑의 소리 아이스 로드는 설정이 단순해서 오히려 좋았던 영화였다. 얼어붙은 길 위를 트럭으로 달려야 한다. 근데 그 길이 그냥 눈길이 아니라, 얼음이다. 말 그대로 깨지면 끝인 길이다. 이 영화는 그 한 문장만으로 긴장감을 거의 끝까지 끌고 간다. 재난 액션이라고 하면 보통 폭발이나 추격전을 떠올리는데, 아이스 로드는 그보다 버티는 공포가 먼저였다. 트럭이 움직일 때마다 “지금 괜찮나?”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속도를 올리면 불안하고, 속도를 줄여도 불안하다. 멈추면 더 불안하다. 이런 종류의 공포는 의외로 익숙하다. 우리가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랑 비슷하니까. “사고 나면 끝인데, 그래도 가야 한다”는 상황 말이다. 이 영화의 맛은 액션보다 운전에 있었다 제일 인상적인 건 트럭이 하나의 캐릭터처럼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엔진 소리, 브레이크 타이밍, 바퀴가 미끄러지는 느낌 같은 것들이 계속 긴장감을 만든다. “얼음이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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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일


28년 후: 뼈의 사원
솔직히 이 영화 보기 전에 마음속 기대치가 있었다. 그런데 28년 후: 뼈의 사원은 그 기대를 정면으로 맞추기보다는, 살짝 비틀어서 다른 방향으로 가져갔다. 속편이긴 한데, 똑같은 공포를 반복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 시간이 이렇게 길어졌다면, 공포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설득하는 영화였다. 전작을 봤던 사람이라면 그 특유의 공기, 불안이 몸에 붙는 느낌을 기억할 거다. 이번 편도 그 결을 유지하긴 한다. 다만 속도가 아니라 무게로 간다. 그냥 뛰고 쫓기는 공포가 아니라, 살아남은 뒤에 남는 것들이 더 무섭게 보인다. ‘ 속편이 주는 재미 전작을 안 봐도 따라가긴 어렵지 않다. 근데 전작을 봤다면, 왜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경계하지? 같은 것들이 더 자연스럽게 납득된다. 속편이란 게 원래 그렇잖아. 세계관을 이미 한 번 겪은 사람에겐, 설명 대신 압축된 공기가 더 잘 들어온다. 감상평: 보고 나서 남는 건 장면보다 기분이었다 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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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


버드맨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 시끄러울 줄은 몰랐다 버드맨을 보고 나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아직 숨이 가쁘다. 화면이 빠르거나 사건이 폭발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머릿속이 계속 흔들리고 그 흔들림이 관객에게 그대로 옮겨오기 때문이다. 영화는 유명했던 배우가 다시 무대에 매달리는 과정을 따라간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성공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스스로에게서 도망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영광은 자꾸 말을 걸고 현재의 현실은 계속 발목을 잡고 주변의 평가는 칼처럼 날아든다. 그런데 웃긴 건, 그 모든 게 결국 나를 봐 달라는 한 문장으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버드맨은 그 문장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는다. 우습게 보이게 만들고, 동시에 처절하게 보이게 만든다. 끊기지 않는 호흡이 불안을 체감으로 만든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리듬이다. 장면이 끊기는 느낌이 거의 없어서, 관객은 인물과 함께 복도에서 무대로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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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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