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더 메뉴

  • 작성자 사진: Manager
    Manager
  • 6일 전
  • 1분 분량

완벽한 코스가 불러온 불편함

더 메뉴는 공포영화처럼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성으로 시작한다. 손님을 맞이하는 태도는 예의 바르고, 음식은 정교하며, 공간은 흠이 없다.

그런데 영화가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 완벽함이 점점 위협처럼 보인다. 이 작품의 긴장감은 폭력의 크기보다 완벽함이 사람을 통제하는 방식에서 생긴다.


미식이란 이름의 권력 관계

외딴 섬의 고급 레스토랑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무대다. 손님들은 선택받은 사람처럼 입장하고, 요리는 설명과 규칙과 함께 제공된다.

더 메뉴는 이 과정을 통해 누가 먹고, 누가 평가하며, 누가 봉사하는지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음식은 감탄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시험지처럼 느껴진다. 맛을 즐기는 일이 아니라, 어떤 태도로 앉아 있고 어떤 말을 하는지가 평가되는 자리로 변한다.


영화가 날카로운 지점은 풍자의 방향이다. 이 작품은 한쪽만 비웃지 않는다. 과시적인 손님도, 그 손님을 상대하는 방식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압박하는 태도도 모두 도마 위에 올린다.

그래서 웃긴 장면이 분명히 있는데, 웃고 나면 기분이 가볍지 않다. 블랙코미디가 주는 찝찝한 뒷맛이 계속 남는다.


이 영화의 재미는 무슨 일이 벌어지나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해졌’에 가깝다. 사람이 타인의 노동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취향이라는 말로 무례를 어떻게 포장하는지, 완벽함을 요구하면서 책임은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같은 것들


결론적으로 더 메뉴는 제목 처럼 음식 영화가 아니다. 음식은 장치이고, 본론은 관계다. 미식의 세계를 빌려 권력과 소비를 해부하는 작품이다. 가볍게 즐기는 스릴러를 기대하면 예상보다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풍자와 긴장이 함께 가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는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입안에 남는다.


더 메뉴

bottom of page